일본 군마(群馬)현의 한 공원에 세워진 ‘조선인 추도비’가 철거 위기에 놓였다.
군마현은 다카사키(高崎) 시내의 현립 ‘군마의 숲’ 공원에 설치된 조선인 추도비가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의 장소로 쓰이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허가 취소를 검토 중이라고 산케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추도비는 과거 군마현 일대 공장과 공사 현장 등으로 강제 징용돼 사고와 가혹한 노동 등으로 숨진 조선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2004년 건립됐다. 당시 구성된 ‘추도비를 세우는 모임’에는 쓰노다 기이치(角田義一) 전 참의원 부의장이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추도비의 앞면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글이,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반성하고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글이 한글과 일본어로 쓰여있다.
일본 군마현의 조선인 추도비. 사진 SANKEI
군마현은 시민단체 등이 매년 추도비 앞에서 추모 집회를 열면서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등 이 비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군마현의 시민단체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은 매년 추도 집회를 열면서 “강제연행에 대한 사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을 비판해 왔다.
군마현 의회의 여당인 자민당 측은 “추도비가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반일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정치적인 행사는 하지 않는다’는 당초의 건립 허가조건에 반한다는 것이다. 자민당 측은 오는 6월 열리는 현 의회에서 설치허가를 갱신해주지 말 것을 요구하는 청원을 채택할 예정이다. 군마현은 최근 2년 사이에 “비문의 내용이 이상하다”는 등의 항의가 108건 들어왔다고 밝혔다.
추모비를 지키는 모임 측이 10년 단위로 이뤄지는 설치허가 갱신을 받기 위해 지난해 말 낸 신청서에 대한 군마현의 답변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 당국이 사용허가를 취소하는 경우 추도비는 철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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