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오키나와(沖繩)에 사는 70대 부부를 만났다. 오래 전 민간 차원의 교류를 하면서 알고 지내온 오키나와의 보통 시민들이다. 2014년 여름 오키나와 미군부대 앞에서 벌어진 미군기지이전 반대 시위를 취재할 때는 직접 차를 운전해 현장까지 안내해 주기도 했다. 당시 오키나와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진행된 시위에 노구를 이끌고 직접 참가해 ‘미군철수’를 외치던 모습이 생생하다.

 

 

 

 


 “이게 이번 사건을 보도한 오키나와의 지방신문입니다.”

 부부는 나를 만나자마자 지역신문 2부를 꺼내보였다. 두 신문에는 ‘전 해병대원 체포’(오키나와타임스), ‘미 군무원 남성 체포’(류큐신포(琉球新報)) 등의 제목으로 시작되는 기사가 1면에 각각 게재돼 있었다. 미 해병대 출신 군무원이 오키나와의 20세 여성을 성폭행하고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을 보도한 기사였다.

 

 부부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이후의 오키나와 민심을 생생하게 전해줬다. 그들은 “일본에서는 지금 오바바 대통령의 히로시마방문을 앞두고 무슨 축제라도 벌어진 듯한 분위기지만, 오키나와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부부는 성난 오키나와 사람들이 곧 이번 사건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다음달 수만명이 참가하는 시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1995년 발생한 미군의 소녀 성폭행 사건 때도 8만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부부는 이날 대화에서 ‘오키나와’와 ‘일본’을 별개의 나라처럼 표현하곤 했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오키나와도 분명히 일본 땅이지만, 수도 도쿄 등이 있는 본토를 따로 떼어 ‘일본’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오키나와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도 본토를 ‘일본’으로 표현하는 경우를 자주 경험하게 된다. 거기에는 오키나와 사람들이 본토 사람들에 대해 느끼는 이질감은 물론 저항감과 적대감까지 담겨 있다. 

 아베 정권은 26·27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2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등 전세계의 주목을 끄는 거대 이벤트를 통해 지지율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3분의 2 의석을 차지하면, 숙원인 개헌이 가능하다.

 부부와 대화를 하면서 아베 정권이 대형 이벤트의 성공이나 선거에서의 승리만을 생각해 이번 사건을 적당히 넘어가려 하는 경우 오키나와의 민심은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는 요즘 오키나와 사람들의 입에서 ‘오키나와 독립론’이 더욱 자주 나오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본(본토) 신문에서는 제대로 보도가 안 될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
 집에서 구독하는 지역신문 이외의 다른 지역신문까지 일부러 사가지고 온 이 부부의 마음에서 오키나와 사람들의 본토에 대한 불신감을 더욱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Posted by 타슈타슈 타슈타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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