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OW IN TOKYO

주민등록번호 보관하려고 가정용 금고 구입하는 일본인들

 “내 개인정보가 악용될까봐 겁이 났는데, 이제 금고를 샀으니 안심할 수 있어요.”

최근 일본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정용 금고

 

 일본 사이타마(埼玉)현에 사는 한 주부는 얼마전 가정용 소형 금고를 하나 샀다. 개인정보인 ‘마이넘버’를 보관하기 위해서다. 마이넘버는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하다. 정부는 모든 주민에게 12자리의 고유번호를 부여한 뒤 납세와 사회보장 등의 개인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이 제도를 지난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일본에서 가정용 금고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쯤이다. 올해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마이넘버 제도를 적극 홍보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마이넘버가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자 너도나도 ‘번호를 넣어놓겠다’면서 금고를 사기 시작했다.

 

 요즘 인기인 금고는 A4용지 크기의 서류를 넣을 수 있는 무게 30~50㎏의 소형 금고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보낸 마이넘버 통지서를 보관하기에 딱 좋은 크기다. 사이타마현의 한 가정용품점 관계자는 “개인은 물론이고, 직원들 마이넘버를 철저하게 관리하려는 사업주들도 금고를 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고의 인기를 부채질한 것은 일본은행이 2월부터 시행한 마이너스금리 제도이다. 돈을 은행에 넣으면 오히려 이자를 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자 금고에 현금을 보관하려는 사람이 늘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마이넘버 특수와 마이너스 금리 특수가 겹치기 시작한 2월 이후 금고 판매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배로 늘어났다. 금고 재고가 바닥난 판매점들도 있다.

 

 이제는 오히려 ‘집 안에 현금이나 서류를 보관했다가 도난당할 위험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을 넘어 ‘과잉반응’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개인정보 안전문제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크고, 마이너스 금리도 당분간 이어질 터이니 금고 특수도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