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역, 낙동강역
윤희일 기자(경향신문 전국부 부장, 지탄역 명예역장)
낙동강역을 지나며
노산 박노길
물난리가 잦았던 낙동강에
예부터 속설에 의하면
‘여지없이 처량하게 된 신세’를
낙동강 오리알이라 한다.
이 말에 딱 어울리는
삼랑진에 있는 낙동강역
초창기엔 제법 붐벼
호각 부는 역장이 깃발 흔들 때는
오가는 열차마다 다 서더니
사람의 발자취 끊긴 지금은
간판만 덩그렇게 매달린 콩깍지역
한때는 돈벌이 가는 이로 벅적였지만
백여 년의 추억 속에 묻혀버리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낙동강역 지붕 위로 바람 불면
비둘기들이 역장 행세하며
오가는 철마를 구구하며 반긴다.
(후략)
낙동강역을 노래한 이 시(詩)를 읽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낙동강역에 대해 무슨 다른 설명이 필요 있겠는가?’
시를 쓴 이의 낙동강역에 대한 그리움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그렇다. 낙동강역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움이다. 지난 1월 5일부터 이 역에서 기차가 서지 않게 되면서 그리움의 농도는 더욱 짙어졌다.
‘기차가 서지 않는 역도 역입니까?’
누군가 그렇게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역의 방명록에 남긴 메모를 보면서 낙동강역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아름다운 역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옛 추억 듬뿍 담긴 간이역. 없어지지 말고 여러 사람들 발 도장 콩콩 찍을 수 있길 바래요.’
‘결혼 7년 만에 남편과 단둘이 떠난 여행,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갑니다.’
‘몇 십 년 전 낙동강 역장 딸 할머니 되어 추억여행 다녀갑니다.’
낙동강역(洛東江驛)은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읍에 위치한 경전선의 철도역이다. 바로 인근에 낙동강이 있다. 이 역의 역사는 깊다. 1906년 12월 12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했으니 우리의 철도역사와 함께 하는 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1997년 6월 1일 ‘간이역’이 되었다. 그리고 2004년 12월 10일부터는 무인역이 되었다. 2009년 6월 권영현씨(54)가 명예역장으로 부임하면서 역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난 1월5일부터 모든 열차가 여기에서 정차하지 않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낙동강역을 찾는다.
권 역장은 그런 손님들이 역에 추억을 남기고 갈 수 있도록 방명록을 비치해 놓는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또 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기념으로 한 장씩 찍어갈 수 있도록 ‘낙동강역 방문 기념 스탬프’도 만들어 놨다.
권 역장은 “우리 역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멋진 추억을 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역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역은 열차로는 갈 수가 없다. 열차를 타고 가는 경우에는 삼랑진역에서 내려야 한다. 낙동강역은 삼랑진역에서 가깝다. 걸으면 대략 20분 정도 걸린다. 길가의 이런저런 풍경을 보면서 걷다보면 어느새 낙동강역에 다다른다. 김해~삼랑진 간을 오가는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낙동강역 인근에는 볼거리가 많다. 삼랑진읍 만어산과 그 산에 있는 만어사, 인근의 양수발전소, 삼랑진장 등이 대표적인 볼거리다. 삼랑진역에서 삼랑진양수발전소를 지나 안촌마을, 천태호, 천태계곡 등을 도는 등산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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