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기차

한류(韓流)로 '무인역'을 살려라.

얼마전 나는 정말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일본 돗토리(鳥取)야즈(八頭)군 와카사(若櫻)정에 있는 와카사철도를 방문해, 정말로 눈물겨운 철도사랑을 배웠다. 이들은 왜 이토록 철도에 매달리는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전부 '철도사랑'이었다.  

 

 

와카사철도의 다니구치 츠요시(谷口剛史)가 증기기관차 수리를 하다가 밝게 웃고 있다.

 

 지난달 17일 오후 일본 돗토리현 야즈군 와카사정 와카사역. 와카사에서 고게(郡家)를 잇는 와카사선 19.2㎞를 운행하는 지역철도회사인 와카사철도(주)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역 구내에 있는 검정색 증기기관차 위에 올라가 정비작업을 하는 다니구치 츠요시(谷口剛史·와카사철도 운수과장)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우리 와카사철도의 꿈을 안고 있는 귀중한 기관차예요. 5년 후에는 이 증기기관차가 전국에서 오는 관광객을 태우고 와카사철도 위를 쌩쌩 달리게 될 것입니다.”
 와카사철도와 주민들은 1930년대에 제작된 이후 한 때 이 와카사선을 운행하기도 했던 구형 증기기관차를 외지에서 어렵게 구해다 역 구내에 전시해 놓고 있다.
 와카사철도와 철도를 사랑하는 지역 주민들은 5년 후에 이 증기기관차를 관광열차로 운행, 와카사철도를 전국의 명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마련한 뒤 일본 전국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와카사역을 활기차게 만드는 모임’,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 ‘아베역을 지키는 모임’, ‘이나바후나오카역의 활성화를 생각하는 모임’ 등 와카사철도의 역 주변 주민들은 지역상공회와 관광협회는 물론 와카사철도 등과 함께 ‘와카사선 증기기관차 운행위원회’를 구성하고 증기기관차를 새로 운행하는데 필요한 5억엔(약 6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나섰다. 이 위원회는 지역 주민은 물론 전국의 출향인사나 철도애호가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민 히가시구치 모리오(東口守夫)는 “관광용 증기기관차를 운행하게 되면 인근지역은 물론 오사카·도쿄 등 일본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올 것”이라며 “야즈정 등 인근 지역은 물론 돗토리현 전체의 경제가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와카사철도의 다니구치는 “지난해 모금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500만 엔(약 6000만원)이 모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민들의 이런 철도 사랑은 한 때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던 와카사철도를 살려내는 위력을 발휘한 바 있다”고 말했다.
 JR의 전신인 국철을 운영하던 일본 정부는 농촌지역의 고령화 등으로 손님이 줄고 적자가 이어지자 와카사선을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지역의 발’ 역할을 해오던 열차를 잏게 된 주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역 주변 주민들은 너도나도 ‘역을 살리는 모임’을 만들어 철도 존속의 필요성을 각계에 호소했다.  
 “와카사선을 살려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자, 야즈정과 와카사정 등 기초자치단체는 물론 돗토리현 등 광역자치단체와 돗토리시 등 인근 지자체까지 철도 살리기에 나섰다. 이들 자체는 1987년 자체 예산을 투입, 제3섹터 방식으로 ‘와카사철도주식회사’를 설립한 뒤 주민들의 숙원대로 와카사선의 철도를 계속 운행했다.
 와카사철도가 다시 살아난 이후에도 주민들의 철도사랑은 이어졌다.
 하야부사역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은 매년 여름 하야부사역 축제를 열어 전국의 철도마니아와 오토바이마니아를 불러모으는 방법으로 와카사철도의 이용객을 늘렸다. 이 모임은 또 한국 등 외국의 철도회사·대학 등과 함께 이벤트를 열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달 18일 오후에는 역 인근 공민관에서 한국 우송대학의 한국음식 전문가를 초빙, ‘한국음식강습회’을 열었다. 이 모임은 오는 8월 8일 열리는 ‘하야부사역축제’에 우송대 관계자와 학생을 공식 초청하기로 했다. 

 

 

 

와카사철도의 무인역인 하야부사역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공민관에서 열린 한국요리강습회에서 김치를 담그고 있다.


 주민들의 노력은 최근 결실을 보고 있다. 2010년까지 계속 줄어들기만 하던 와카사철도의 이용객 수가 2011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와카사철도 관계자는 “한 때 67만명에 이르던 연간 이용객수가 2010년 39만1000명까지 줄어들었으나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2012년 41만9000명으로 늘어나는 등 최근 3년 동안 이용객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와카사철도 인근 주민과 지자체의 노력을 높이 평가, 지자체들이 와카사철도에 지원해오던 예산의 50%를 지원해 주기로 전격 결정하기도 했다.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의 니시무라 쇼지(西村昭二) 회장은 “지역 철도는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힘을 모아 지켜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와카사철도가 주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