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축제의 나라이다. 전국 방방곡곡 축제가 없는 곳이 없고, 축제가 안 열릴 때가 없다.

 

무더운 여름날, 일본인들은 축제를 열어 그 더위와 정면대결을 펼친다.

 

일본의 축제장에 가보면 공통된 특징이 있다. 모든 축제가 현지 주민들의 힘에 의해 펼쳐진다는 것이 그것이다.

 

모든 축제는 '민(民)'을 위해 열린다. 그리고 그 모든 축제는 '민'에 의해 열린다.

 

계획을 짜고, 돈을 마련하고, 행사장을 정리하고, 뒷마무리를 하는 모든 과정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9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글거리는 축제 현장에 다녀왔다. 이 축제 역시 주인공은 '민'이었다.

 

 

지난 9일 오전 일본 돗토리현 야즈정 하야부사역 앞에 일본 전국의 오토바이마니아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 중에는 홋카이도에서 3박4일 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온 사람도 있다.

 

 

 “홋카이도(北海道)에서 4일전 출발해 어제 도착했습니다.”

 

 지난 9일 오전 10시30분 일본 돗토리(鳥取)현 야즈(八頭)정(町)의 하야부사역축제장.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일본 열도가 펄펄 끓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전국에서 몰려든 오토바이가 축제장 일대를 가득 메웠다.  

 홋카이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일본 열도를 거의 종단, 축제장에 도착했다는 30대 남자는 “1년에 한 번 이 축제에 참석하는 것이 큰 기쁨이자 보람”이라면서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닦아냈다.

 

하야부사역 옆 광장이 ‘하야부사오토바이’로 가득 찼다.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의 니시무라 쇼지(西村昭二) 회장이 축제 시작을 알리자 축제장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축제의 주인공인 오토바이마니들은 물론 지역주민들까지 중앙 무대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즐기면서 더위와 싸웠다. 

 무대에서는 철도아이돌 ‘하야부사사쿠라’ 등의 공연이 이어졌고, 전국에서 모인 오토바이마니아들은 자신들이 타고온 오토바이는 물론 축제장까지 오면서 겪은 일들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철도아이돌 하야부사사쿠라가 노래를 하고 있다.

 

 이날 하루 일본 전국에서 모인 오토바이의 수는 1200여대로 집계됐다.

 

 하야부사역축제는 무인역인 하야부사역 인근 주민들의 힘으로 개최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철도역 축제이다. 주민 200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구성한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은 2009년부터 매년 8월 ‘하야부사역축제’를 열고 있다.

 이 축제의 주인공은 역 이름과 같은 ‘하야부사’라는 이름의 오토바이를 타는 오토바이마니아들이다. 이들 이외에 일본 전국의 철도마니아와 축제마니아는 물론 한국 등 외국에서까지 손님이 몰려들면서 그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본의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스즈키가 생산하는 하야부사 오토바이는 세계 곳곳의 오토바이마니아들이 즐기는 1300cc급의 명품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홋카이도,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후쿠오카(福岡) 등 일본 전국에서 1000명 가까운 하야부사오토바이 마니아들이 참가, 축제장을 오토바이로 가득 채운다.

 이날 축제장에서는 한국인 하야부사오토바이 마니아도 만날 수 있었다. 도쿄의 한 기업체에 다니는 김성원씨(36)는 지난 8일 오전 6시 도쿄 집을 떠나 같은 날 오후 10시 돗토리시에 도착했다. 돗토리시내에서 1박을 한 그는 9일 오전 축제에 참석한 뒤 다시 도쿄로 돌아갔다.


 

 김씨는 “하야부사오토바이 마니아들에게 ‘성지’로 일컬어지는 하야부사역을 직접 보고 축제에 참석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마니아인 그는 지난해 160만엔(약 1500만원)을 주고 하야부사오토바이를 구입했다.

 하야부사역은 근무자가 1명도 없는 ‘무인역’이다. 이 역은 1987년 일본 국철이 JR로 바뀌면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 역을 포함한 와카사선이 폐선 대상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자체 등이 제3센터 형태로 출범시킨 와카사철도(주)는 ‘주민들의 발’인 와카사선을 다시 살려냈다. 이후 와카사철도는 인근 주민들의 열정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

 와카사철도를 지켜내는데 있어서 일등공신은 하야부사역 인근 주민들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은 매년 하야부사역축제를 개최, 와카사철도와 하야부사역을 일본 전국은 물론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덕분에 하야부사역과 와카사철도를 찾는 외지인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축제 기간 중에는 외지에서 온 1000여명의 오토바이마니아 등으로 인해 돗토리시 등 주변의 료칸(旅館)·호텔이 만실을 이루는 등 직접적인 경제효과도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이번 축제장에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고준영 행정감사처장 등 4명으로 구성된 방문단이 들러 한국철도를 알렸다. 고 처장 등 방문단은 또 9일 오후 와카사철도 본사에서 야마다 가즈아키(山田和昭) 사장을 만나 양국 철도 교류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축제 전날인 8일 오후 최근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철도차량모형 전통주를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 관계자들에게 소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코레일 고준영 행정감사처장(오른쪽에서 2번째) 등 한국대표단이 지난 9일 하야부사역을 방문,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의  니시무라 쇼지(오른쪽에서 3번째)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3번째 부채를 들고 있는 사람이 필자.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 측은 이날 코레일로부터 선물로 받은 철도차량모형과 한국철도의 모자 등을 최근 개관한 철도자료관에 전시하기로 했다.

 이날 축제장에서는 향후 일본의 유력한 총리 후보로 꼽히는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간사장과 현재 일본 교토(京都)에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는 우송대 철도경영학가 이용상 교수 등 한국과 일본의 각계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Posted by 타슈타슈 타슈타슈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