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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2015.05.27 너무나도 다른 한,일 청춘의 삶

 20대 청춘, 그들의 너무나 다른 ‘삶의 질’에서 나는 충격을 받았다. 지난 3월 일본의 한 지방대를 졸업한 뒤 4월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한 젊은이들과 최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자신들이 졸업한 대학과 학과의 취업률은 한결같이 100%에 육박한다고 했다. 게다가 이들은 졸업하기 1년 전, 적어도 6개월 전에는 자신들의 직장이 정해졌다고 했다.

 


 ㄱ씨는 지난달부터 일본의 한 대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졸업 1

년 전인 지난해 초 본격적인 ‘슈카쓰(就活, 취직활동)’에 들어갔다. 몇 개 기업에 넣을 서류를 쓰면서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과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경험담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일에 대한 열정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고득점 토익성적표 등 이른바 ‘스펙’을 증명할 것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복수의 기업으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았고, 그 중 하나를 고르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는 대학 때 이른바 스펙을 노리고 한 활동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동아리 활동을 위해 밤을 지새고 자원봉사를 위해 주말을 모두 써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고 했다. 모두 하고 싶어서, 즐거워서 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함께 대학을 졸업한 ㄱ씨의 친구들도 대부분 직장을 잡았다고 했다. 최근 발표된 일본 정부의 통계는 이들의 이야

기가 ‘특별한 사례’이 아니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일본 문부과학성과 후생노동성이 지난 4월1일을 기준으로 조사한 일본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96.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가 몰아닥치기 직전인 2008년 봄의 96.9%에 육박하는 것이다. 일본 대졸자의 취업률은 최근 4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남자(96.5%)와 여자(96.9%), 문과(96.5%)와 이과(97.2%)를 가릴 것 없이 높은 취업률을 유지하고 있다.

 ㄱ씨는 “대학 4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했고, 청춘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면서 “그런 청춘이 앞으로 내 사회생활의 가장 큰 밑천이라는 사실을 회사가, 이 사회가 인정해준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ㄱ씨 등의 체험담을 들으면서 한국의 대학생들이 떠올랐다. 지난해 대졸자의 취업률이 56.2%였다는 한 기관의 조사 결과는, 일본과는 너무나 다른 한국 대졸자들의 삶을 보여준다. 대졸자 2명 중 1명이 ‘취업절벽’ 앞에서 절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기업에 원서를 낸 대졸자 100명 가운데 불과 3.1명만이 최종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통계는 또 어떤가.

 “5년만 시간을 주세요.”

 지난 2월 한국의 한 지방대를 졸업한 지인의 아들이 자신의 부모에게 한 말이다. ‘앞으로 직장을 잡는데 5년은 걸릴 것 같다’는 그의 표정에서 구직의 꿈은 이미 포기한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는 지인의 한숨이 귀에 생생하다.

 지인의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는데 걸린 6년 가운데 군 생활 기간을 제외한 4년은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한 시간이었다. 수백만원을 들여 다녀온 해외자원봉사 역시 봉사에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지인은 고백했다. 지인의 아들은 고등학교 때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 쌓은 스펙들을 입사지원서에 가득 담아 여기저기 보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허망한 낙방소식 뿐이었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일자리’라는 미래의 삶을 위해 청춘의 ‘삶의 질’을 포기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회는 그들에게 이렇다할 답변도, 희망도 주지 못하고 있다.

 5년 안에는 직장을 잡아보겠다는 그에게, 앞으로 5년동은 다시 삶의 질을 포기하겠다고 나선 그에게 이 사회가 어떤 답을 줘야 하는 것은 아닌가. 적어도 희망 한 가닥이라도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