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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일본

일본 법원, “치매남편 관리 책임 부인에게 있다”며 배상판결  

2007년 일본 아이치(愛知)현 오부(大府)시의 한 철도역에서 치매를 앓고 있던 91세 남성이 철로로 들어갔다가 달리는 열차에 치여 숨졌다. 철도를 관리하는 JR도카이(東海)는 이 사고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면서 이 남성의 가족들을 상대로 대체운송비용 등 720만엔(약 73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나고야(名古屋)고등법원은 24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 남자의 부인(91)에게 360만엔(약 365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5일 보도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남성과 따로 사는 장남(63)에게는 ‘책임이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남편이 혼자서 집을 나설 가능성이 있는데도 감독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남편과 함께 생활하는 부인은 민법상의 감독의무자로서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남성의 부인은 법정에서 “(남편이) 혼자 외출했다가 행방불명이 된 것은 사고 당일이 처음이었고, 이런 일을 사전에 예견할 수 없었다”며 “남편의 외출을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집의 출입구에 센서를 작동시키는 등 외출을 미리 알아챌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할 수도 있었다”며 “감독의무자로서 남편의 신체에 해가 가지 않도록 행동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장남에 대해서는 “부양의무는 있지만 따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감독의무자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의 1심 재판에서는 장남에게도 배상책임이 있다며 가족에게 720만엔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고의나 과실이 없는 상황에서도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무거운 판결로 향후 치매 관련 간병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판결 후 ‘치매환자 가족 모임’의 한 관계자는 “노인이 노인을 돌봐야 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묻게 된다면 앞으로 치매환자 등에 대한 간병을 해나가기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