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이다. 그래서 국민들의 건강에 관한 관심이 아주 높다.
그런데 '흡연'에 관해서는 아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일본의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 등 술집은 물론 커피숍·음식점 등에서도 흡연자를 쉽게 볼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고속열차로 일컬어지는 신칸센(新幹線) 열차 안에서도 흡연이 허용된다. 신칸센 등 일부 열차는 요즘도 별도의 흡연공간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일본은 ‘흡연자의 천국’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금연올림픽’으로 치르겠다고 벼르고 있는 도쿄도가 실내 흡연을 막는 내용의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업계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마스조에 요이치 (舛添要一) 도쿄도지사는 실내 흡연 시 벌칙을 부과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해 왔다.
마스조에 지사는 지난해 8월 TV 프로그램에 출연, “2020년까지 음식점의 금연화를 실현하겠다”고 밝힌 적도 있다.
마스조에 지사는 최근 10년 동안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가 모두 흡연시 벌칙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률이나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는 자체 조사 결과도 참고해 이런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도쿄도의회에서 최대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자민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자민당은 자신들을 지원하는 업계 단체의 의사를 참고해 작성한 요망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자민당은 이 요망서에서 “소규모 점포가 많은 음식점 등을 대상으로 일률적으로 규제하지 말고 자주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장했다.
도쿄도는 이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면서 ‘전문가회의’를 구성,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회의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전문가회의에 참가하고 있는 도쿄도의사회는 “실내 흡연은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업계 쪽에서는 “타인을 배려하는 애연가들의 매너를 향상시키면서 애연가도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전면 금연에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회의는 오는 3월 최종회의에서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지만, 의견이 크게 갈리는 상황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마스조에 지사는 조례제정을 늦추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고 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한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들이 실내흡연을 보다 철저하게 규제하는 등 흡연에 따른 건강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도해온 일본이 '흡연규제'에서만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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