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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씽씽

'사투리'의 힘...<타슈>, <타랑께> 그 다음은 <타시라우>?

대전의 공공자전거 <타슈>

1. 대전에 가면 <타슈>라는 놈이 있습니다. <타슈>20091, 탄생한 공공자전거 <타슈>의 이름입니다.

 

“‘타세요’라는 뜻의 충청도 사투리를 활용한 ‘타슈’는 자전거 타기를 권유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면서 외국어 발음과도 비슷해 글로벌 이미지에 어울린다”

 

<타슈>라는 놈이 세상에 나올 때 이런 평가가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광주의 공용자전거 <타랑께>

2. <타슈>동생 <타랑께>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지요. 광주시가 내년에 도입할 예정인 무인 공공자전거 명칭을 <타랑께>로 정했다는 얘깁니다.

 

<타랑께>타라니까의 전라도 지역 사투리인데요, 무인 공공자전거 명칭에 대한 시민 선호도 조사를 통해 <타랑께>를 골랐다고 합니다. 광주시가 시민들이 공모한 51개 명칭 중 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한 선정위원회를 통해 대중성·상징성·독창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하네요.

대전공용자전거 타슈 로고

 

10년전 대전시가 공공자전거 이름을 공모할 당시, 시민들이 제안한 250여개의 이름 중에서 본인이 제안한 <타슈>가 선정됐었지요.

 

3.오늘은 사투리(방언)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영국이 낳고, 미국이 키운’, 세계인의 언어인 영어를 한 번 볼까요? 영어는 7000여 개에 이르는 전세계 언어 중에서 어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지요. 그런데 영어의 이 막강한 어휘력의 원천이 방언이라는 사실... 얼마전 나온 <영어의 힘>이라는 책을 보면, 영어는 요즘 이 방언과 함께 더 진화 중이라고 합니다. 영어를 제2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방언까지 표준 영어로 채택되고 있다는군요.

 

4.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사투리의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아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충청도 사투리 잘 써먹는 대전이라는 글이 화제가 된 적도 있는데요. 이 글에 따르면 충청도에서 ‘~또는 ‘~등의 어미를 활용한 이름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지역 잡지 이름으로 <보슈>라는 것이 등장했는가 하면, 막걸리의 이름으로 <드슈>가 생겨나기도 했다고 하고요. 대전시가 매년 5월 교통문화의 날마다 개최하는 행사에 <먼저가슈>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지요. 타슈의 동생들이 이미 많이 생겨난 셈이네요.

 

 

5.전라도 지역의 한 디자인회사는 <역서사소>라는 문화상품 브랜드를 내놨는데, <역서사소>의 뜻은 여기서 사세요라고 합니다. 이 회사는 전라도·경상도·제주도의 언어로 사랑을 고백하는 마음이 담긴 고백엽서’, 지역 말로 디자인된 사투리 달력’, 200여개의 사투리로 구성돼 작은 사투리 사전 같은 사투리 일력’, ‘사투리 용돈봉투등을 내놨다고 합니다.

 

경상도 소주 <좋은데이>도 지역 사투리를 활용한,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6.요즘 지구상의 여러 언어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제주도 방언이 사라지고 있는 언어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하는데요, 지금처럼 표준말이 대우받는 세상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충청도말, 전라도말, 경상도말까지 다 사라질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되면, 우리말의 다양성은 더욱 쪼그라들 테고요.

 

7.요즘 벌어지고 있는 충청도 사투리의 상황을 간단히 살펴볼게요. 원래 충청도 사투리는 지역별로 좀 나눠볼 수 있는데요. 충북 북부는 강원도 사투리의 영향을, 충북 남부는 경상도 사투리의 영향을, 충남 남부(서천, 금산, 논산 등)지역은 전라도 사투리의 영향을 각각 많이 받지요. 그래서 보다 충청도 스러운 사투리는 충남 서북부 서산,태안,당진, 예산 지역에 많이 남아있는데, 이것도 서해안고속도로 등의 영향으로 많이 약화되고 있어요.

 

8.전반적으로 사투리가 훼손되는 결정적인 원인은 이른바 표준말을 주로 쓰는 방송이라고 볼 수 있지요. 방송에서 사투리 방송을 적극적으로 제작, 방송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고요.

9.<타슈><타랑께>. 공공기관이 나서서 이런 말을 공공시설의 이름으로 쓰기로 한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크지요. 이쯤되면, <타슈><타랑께>를 우리 사회의 자전거 문화를 확산시키면서, 동시에 우리말의 다양성을 지켜나가는 전사로 인정해도 되겠지요?

 

10.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DMZ를 넘나드는, 그 한 가운데에 문재인 대통령이 서 있는 이 시대에 이런 상황을 한번 꿈꿔봅니다.

 

문재인 대통령 : “‘비핵화’ 끝내고, 이제 평양의 공공자전거 이름을 한 지어봅시다. <타라우>어떻습니까?.”

김정은 위원장 : “거, 좋습네다만, <타시라우>가 더 좋지않갔습니까.”

트럼프 대통령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