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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일본

세계유산을 지켜낸 일본 기업과 시민들의 힘  

“팔지도, 빌려주지도, 부수지도 않겠다.’

 

1987년 일본 군마(群馬)현 도미오카(富岡)시에 있는 도미오카제사장(製絲場)이 문을 닫았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는 이 공장을 운영해오던 가타쿠라(片倉)공업은 그러나 공장 건물은 물론 내부 시설 등을 그대로 보존했다. 일본의 메이지시대 초기(1872년)에 세워진 건물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소중한 유산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회사 측은 이 공장 건물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매년 1억엔(약 10억원)의 돈을 썼고, 전담 직원을 3명이나 뒀다. 가타쿠라공업은 ‘팔지도, 빌려주지도, 부수지도 않는다’는 3원칙을 2005년 건물을 도미오카시에 기증할 때까지 유지했다. 가타쿠라공업은 1872년 일본 정부에 의해 세워져 운영되다가 1893년 민영화된 이 제사장을 1939년을 인수해 운영해 왔다. 300여명의 직원이 동시에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 건물은 설립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다.     


도미오카시 주민들이 지난 26일 도미오카제사장의 세계유산 등록이 사실상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만세를 부르며 좋아하고 있다. 도미오카시 홈페이지


이후 이 건물은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한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에 의해 지켜졌다. 지역 주민들은 ‘도미오카제사장을 사랑하는 모임’을 만들어 건물을 지켜내면서 세계유산 등록을 추진해 왔다.  

 

지난 25일 도미오카시에 낭보가 전해졌다. 유네스코가 이 제사장에 대한 세계유산 등록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해온 것이다. 등록권고는 사실상 등록이 확정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일본 뿐 아니라 세계의 견사(絹絲)산업을 이끌어온 이 공장이 140년 전의 모습을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을 유네스코가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지역주민들은 만세를 부르며 반겼고, 일부 신문은 호외까지 만들어 뿌렸다.

 

제사장 안에 설치된 ‘도미오카제사장종합연구센터’의 이마이미키오(今井幹夫) 소장(79)는 요미우리신문을 통해 “가타쿠라공업이 지켜주지 않았다면 세계유산등록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