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부사오토바이의 성지 '하야부사역'을 향해 달리는 오토바이들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여기까지 2000km를 내달렸지요.”
태양이 지구를 향해 최고의 심술을 부리던 이번 여름...일본에서도 덥기로 유명한 돗토리(鳥取)현 야즈(八頭)정(町) 하야부사(隼)역과 인근 공원.
일본 전국에서 몰려든 2000여대의 오토바이가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는 축제장을 더 뜨겁게 달궜다.
홋카이도에서 2박3일에 걸쳐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는 40대 남자는 “매년 여름, 이 축제에 참석하는 것이 큰 기쁨이자 보람”이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하야부사오토바이로 가득 찬 하야부사역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의 니시무라 쇼지(西村昭二) 회장이 축제의 시작을 알리자 축제장의 불길은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축제의 주인공인 오토바이 마니아들은 하야부사역 앞에서 ‘하야부사 성지 방문 인증 사진’을 한 장씩 찍은 뒤 축제가 열리는 인근 공원으로 이동했다.
하야부사오토바이
하야부사역축제는 무인역인 하야부사역 인근 주민들의 힘으로 개최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철도역 축제다. 주민
200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구성한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은 2009년부터 매년 8월 ‘하야부사역축제’를 열고 있다.
하야부사오토바이를 탄 오토바이마니아들
축제에는 하야부사오토바이를 즐기는 마니아들은 물론 철도마니아, 축제마니아, 심지어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려들면서 그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본의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스즈키가 생산하는 하야부사 오토바이는 세계 곳곳의 오토바이마니아들이 즐기는
1300cc급의 명품이다. 매년 홋카이도,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후쿠오카(福岡) 등 일본 전국에서 하야부사오토바이 마니아들이 참가,
축제장을 오토바이로 가득 채운다.
축제장을 가득 채운 하야부사오토바이
축제에 참석하는 오토바이 마니아들은 대형 오토바이를 타고 축제장까지 이동하지만, 다른 자동차 운전자나 주민
등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준법’과 ‘매너’를 최우선으로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폭주족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하야부사역을 오가는 열차에 하야부사오토바이 사진이 붙어있다.
하야부사역은 근무자가 1명도 없는 ‘무인역’이다. 이 역은 1987년 일본 국철이 JR로 바뀌면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 역을 포함한 와카사선이 폐선 대상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자체 등이 제3섹터 형태로 출범시킨 와카사철도(주)는
‘주민들의 발’인 와카사선을 다시 살려냈다. 이후 와카사철도는 인근 주민들의 열정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이 운영하는 기념품점
와카사철도를 지켜내는데 있어서 일등공신은 하야부사역 인근 주민들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은 매년 하야부사역축제를 개최, 와카사철도와 하야부사역을 일본 전국은 물론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덕분에 하야부사역과
와카사철도를 찾는 외지인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의 니시무라 쇼지 회장(노랜색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축제 기간 중에는 외지에서 온 오토바이마니아와 철도마니아, 일반 관광객 등으로 인해 돗토리시 등 주변의 료칸(旅館)·호텔이 만실을 이루는 등 직접적인 경제효과도 크다.
돗토리현의 히라이 신지(平井伸治) 지사. 명함의 일본 이름(한자이름) 위에 '히라이 신지'라고 한글로 이름을 써놨다. 작은 무인역 축제에 직접 참석해 축사까지 하는 그의 열정에서, 일본에서 인구가 가장 적지만 가장 역동적으로 혁신을 이어가는 돗토리의 힘을 느낀다.
돗토리현의 히라이 신지 지사(오른쪽). 그의 명함에는 한글 이름이 인쇄돼 있다.
하야부사역축제 개막식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에는 한국 사람들도 대거 참가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영원한 역장님’인 강병규 황간역 전 역장님, 대전역을 무대로 빵과 철도의 멋진 만남을 만들어내고 있는 성심당의 임영진 대표님·김미진 이사님, 대전대 김상겸·유정미 교수님, 우송대 이시모토 교수님, 건축가 이민 님, 문화활동가 서은덕·송부영 님 등이 하야부사역의 열기를 직접 느끼기 위해 현지를 방문했다. 한국 경부선의 지탄역과 일본 와카사선의 하야부사역에서 명예역장을 맡고 있는 윤희일도 물론 참가했다.
하야부사역축제를 찾은 한국인들.
희소식이이 하나 있다.내년 여름에는 하야부사역의 자매역인 한국 경부산 지탄역에서도 드디어 축제가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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