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은 기다려야 자전거를 세울 수 있습니다.”
얼마전 이사한 집 근처 전철역의 공영 자전거주자장을 방문, 유료주차장 계약을 하고 싶다고 하자 관리인이 내뱉은 말이다. 돈 내고 자전거를 세우겠다는데 6개월씩이나 기다리라는 말에 나는 꽤 놀랐다.
자전거를 타고 와 전절을 갈아타려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에 일단 등록을 하고 순번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역과 제법 떨어져 있는 사설 자전거주차장 역시 3개월 이상 대기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
월 이용료가 최고 2600엔(약 2만6000원)에 이르는 자전거주차장을 6개월씩 기다려야 이용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의 전철·지하철 역 주변은 늘 수천 대의 자전거로 가득 찬다. 2003~2004년 내가 일본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자전거를 중시하는 일본인의 모습에는 변화가 없다.
그런데 최근 일본인들이 이용하는 자전거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하면서 큰 변화를 하나 감지했다. ‘스스로 돌려서 가는 이동수단’이라는 원뜻과 거리가 있는 전동자전거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자전거에 대해 잘 아는 한 일본인에게 이유를 물어봤다. “급격한 고령화가 주된 이유지요. 힘 없는 노인들 중심으로 전동자전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그후 자전거주차장을 살펴보니 세워져 있는 자전거의 20~30% 정도는 전동자전거인 것 같았다.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25.9%라는 최근 통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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