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일본은 책임지지 않는 사회"...강력 비판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5)가 “일본은 전쟁이나 원전 사고 등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며 일본 사회의 책임회피 성향을 비판했다.

 

　무라카미는 3일자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사회의 병폐는 물론 자신의 문학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풀어놨다. 그는 ‘작품에 근대 일본의 전쟁을 그리기도 한 작가 입장에서 전후 70년(2015년)을 맞아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일본이 안고 있는 공통된 문제로 ‘자기 책임 회피(성향)’가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1945년 종전(패전)에 관해서도,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관해서도 누구도 진심으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하루키는 “전쟁이 끝난 후에는 결국 누구도 잘못하지 않은 것이 돼 버렸다”면서 “잘못한 것은 군벌이며 일왕도 이용당하고, 국민도 모두 속아 지독한 일을 겪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그러면(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면) 중국인도 한국인·조선인도 화를 낸다. 일본인에게는 자신들이 가해자이기도 했다는 발상이 기본적으로 희박하며, 그런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하루키는 “원전 문제에서도 누가 가해자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추궁하지 않았다”면서 “이 상태로라면 ‘지진과 쓰나미’가 최대 가해자이고, (일본인)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것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키는 냉전의 붕괴 이후 세계가 ‘혼돈 상황’에 처해 있다는 인식을 밝혀온 것과 관련해 “우리들은 1960년대 중반 세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일종의 이상주의를 갖고 있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세상이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키는 199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가 에이전트를 통해 출판사를 구한 사실에 대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나 다루고 싶은 방식과 (일본) 문예 매체의 생각이 기본적으로 맞지 않았던 것이 크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서양 독자들은 작품을 포스트모더니즘이나 사실주의 등과 같은 기준을 내세워 이론적으로 접근하고 해석하지만, 동양에서는 스토리 자체의 흥미성이나 등장 인물의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동·서양에서 폭넓게 읽히는 것에 대해 “소설이라고 하는 것은 재미가 기본”이라며 ‘재미있는 이야기’가 인기의 비결임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