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4분 도쿄(東京) 사저 출발. 15분 관저 도착. 8시 7분부터 18분까지 각의. 19~40분 부관방장관(면담). 48분 관저 출발. 49분 국회 도착. 51분 참의원 제1위원회실 들어감. 11시 57~58분 국회 견학자들과 사진 촬영…오후 5시 7분 국회 출발. 9분 관저 도착. 20~30분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전화회담…8시22~25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아카사키 이사무 교수와 전화.’
8일자 일본 주요 조간 신문들이 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지난 7일 일정이다.
일본의 주요 일간지들은 이처럼 총리의 전날 일정을 매일매일 분 단위까지 상세하게 보도한다. 신문에 나와 있는 일정을 보면 아베 총리가 몇 시에 집을 나서서 몇 시에 귀가했는지, 심지어는 집에 들어가 누구와 전화를 했는지를 훤히 꿰뚫어볼 수 있다.
총리가 휴가를 가더라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꼼꼼하게 일정을 전하는 일을 거르지 않는다. 히로시마(廣島) 산사태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난 지난 8월에는 휴가 중이던 아베 총리가 급히 관저로 나와 업무보고를 마치고 다시 별장으로 돌아간 일정이 자세히 전해졌다.
당시 야당은 아베 총리가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별장으로 돌아간 것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산사태 당시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식의 의문은 전혀 제기되지 않았다. 총리의 일정이 상세하게 공개됐기 때문이다.
‘총리일지’ 또는 ‘수상동정’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일본 언론의 이런 보도는 일본 정부 측의 적극적인 정보 공개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 당일의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두고 의문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언론과 정부가 이런 보도 방식을 참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정부가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대통령의 ‘4월16일 일정’만이라도 상세하게 공개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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