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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주말기획

2014.12.06 젊은이들이 그 섬에 모여서 하는 일은?

 

쇼도시마에서 150년 동안 일본 전통 간장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야마로쿠간장’의 야마모토 야스오(山本康夫·오른쪽) 대표가 최근 채용한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통간장을 만드는 장인의 꿈을 키우고 있는 후지모토 쓰토무(藤本努·가운데)는 ““섬이 나에게 모든 행복을 찾아줬다”고 말했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 일을, 그토록 그리던 섬에서 하면서 월급을 받을 수 있게 됐으니까요.”

 

 웹디자이너인 오카 도모히토(岡智仁·32)는 요즘 신이 난다. 꿈에 그리던 섬 생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일본 오카야마(岡山)현 출신으로 대도시에서 대학을 나와 디자이너와 미술교사로 활동하던 그는 빡빡한 도시생활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한적한 시골에 가서 사는 꿈을 늘 꿔왔다. 그러던 3년전 어느날, 그는 시코쿠(四國)의 가가와(香川)현에 있는 쇼도시마(小豆島)라는 섬의 한 올리브농장에서 웹디자이너를 직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응모, 꿈에 그리던 섬 생활을 품에 안았다.

 쇼도시마 출신으로 교토(京都) 등 대도시에서 프랑스 요리 전문가로 활동하던 미나토 고지(港晃二·28) 역시 이 농장이 운영하는 올리브 관련 카페의 책임자로 취직해 ‘U턴’에 성공했다. 지난 4월 도쿠시마(德島)현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사이토 히토미(齊藤仁美·23)는 이 농장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오카 등 3명의 젊은이들이 섬에서 인생을 설계할 수 있게 된 것은 순전히 쇼도시마에 있는 올리브농장 ‘이노우에세이코엔’(井上誠耕園) 덕분이다. 이 농원을 이끄는 이노우에 도모히로(井上智博) 대표는 도쿄(東京)·오사카(大阪)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올리브 관련 제품이 인기를 끌자 농장 규모를 조금씩 키워가면서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왔다. 쇼도시마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올리브를 재배한 곳이다.

 “나의 고향이기도 한 이 섬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을 불러모아 시끌벅적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었는데 그들의 놀라운 능력 덕분에 회사 규모가 자꾸만 커졌죠.”

 전화·인터넷 등을 통해 주문을 받은 뒤 택배를 통해 상품을 보내주는 직판방식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노우에 대표는 매년 10명 정도의 사원을 전국에서 뽑는다. ‘이 농원에 취직하면 정규직 사원으로 제대로 된 월급을 받으면서 섬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해마다 지원자가 늘고 있다.

 이노우에 대표의 노력 덕분에 6년전 50명 수준이던 직원 수는 현재 134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연간 50억엔(약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20일 쇼도시마의 농원에서 만난 이노우에 대표는 “앞으로도 외지 젊은이들이 우리 섬에 와서 인생을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작정”이라고 말했다.

 쇼도시마에서 150년 동안 일본 전통 간장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야마로쿠간장’에 요즘 활기가 돌고 있다. 야마로쿠간장의 5대 사장 야마모토 야스오(山本康夫·42)가 최근 젊은 직원 3명을 한꺼번에 고용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대도시를 돌다가 고향으로 되돌아와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그 역시 섬을 살리기 위해서는 섬에 일자리를 늘리는 것으 중요하다고 판단, 쇼도시마 출신 2명, 외지 출신 1명 등 3명의 사원을 뽑았다.

 전통간장을 만드는 장인의 꿈을 키우고 있는 후지모토 쓰토무(藤本努·33)는 “18세에 외지로 나가 밴드활동 등을 하다가 31세가 되던 2년전 돌아와 일자리도 얻었고, 결혼도 했다”며 “섬이 나에게 모든 행복을 찾아줬다”고 말했다.

 인구감소로 위기에 빠져 있던 일본 가가와현의 작은 섬인 쇼도시마가 요즘 젊은이들의 함성으로 시끌벅적하다. 가가와현의 현청이 있는 다카마쓰(高松)항에서 배로 1시간 가야 하는 이 섬으로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6만2000여명에 이르던 이 섬의 인구는 현재 2만9000여명 수준으로 격감했다. 이대로 가면 섬에서 사람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 주민들은 젊은이들을 불러들여 인구를 늘리는 것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생각했다. 섬 주민들은 지역 농장이나 가내 기업 등을 돌면서 고용을 늘려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일자리가 없는 섬에 사람이 올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오타 유키오(鹽田幸雄) 쇼도시마 정장(町長)을 중심으로 한 지자체는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는데 집중했다. 우선 힘을 쏟은 것이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독신 가구인 이 지역 고령자들이 하나둘 숨지면서 빈집이 늘어가는 점에 착안, 새로 생긴 빈집을 외지 젊은이들에게 연결시켜주기로 했다. 일본에서도 유명해진 ‘쇼도시마 빈집 은행’이다. 말끔하게 리모델링해서 내놓은 빈집은 큰 인기를 끌면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인구를 늘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125채의 빈집이 도시민들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쇼도시마정은 또 외지인들이 일단 섬에서 살아본 뒤 거주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3개월 동안 섬 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다. 1박2일 코스의 단기 섬체험코스도 내놨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이 섬으로 건너와 정착한 있는 선배 이주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13년에만 외지인 87가구(117명)가 섬으로 이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중 20~40대 젊은층이 81가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쇼도시마에서 ‘야마다올리브원’이라는 1인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야마다 노리아키(山田典章). 도쿄의 출판사 등에서 20년 동안 이어오던 샐러리맨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과 함께 이주, 제2의 인생을 펼쳐가고 있다.

 

 쇼도시마에서 ‘야마다올리브원’이라는 농장을 혼자서 운영하고 있는 야마다 노리아키(山田典章·48)는 이런 지자체의 노력 덕분에 도쿄의 출판사 등에서 20년 동안 이어오던 샐러리맨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과 함께 이주, 제2의 인생을 펼쳐가고 있다.

 쇼도시마 인근에 있는 데시마(豊島)는 한때 대량의 산업폐기물이 쌓이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섬’이라는 낙인이 찍혀있었지만 지금은 일본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섬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이 섬을 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세토우치(瀨戶內) 국제예술제’이다. 젊은 예술가들로 구성된 시민단체와 지자체 등은 데시마를 포함한 12개 섬의 빈집 등에 200개 이상의 설치미술 작품 등을 마련한 뒤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이 예술제를 3년에 한 번씩 열고 있다. 설치된 작품의 30% 정도는 축제 이후에도 섬에 그대로 남아 외지인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데시마의 한적한 언덕 아래에 마치 우주선 모양으로 만들어진 데시마미술관은 유명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西澤立衛)가 설계했다.

 

 

데시마의 한적한 언덕 아래에 마치 우주선 모양으로 만들어진 데시마미술관.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西澤立衛)가 설계한 건물 속에 공간예술가인 나이토 레이(內藤禮)가 독특한 발상의 예술 작품을 설치, 연중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내부 작품에 대한 촬영은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다.


 배를 타고 여러 섬을 돌면서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진행되는 이 예술제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데시마 등의 섬은 활기가 솟아나고 있다. 2013년 열린 예술제 기간에는 107만명의 외지 관람객이 섬을 찾았다. 최근에는 섬에서 정착해 살겠다고 나서는 젊은이도 늘고 있다.

 

 

데시마에서 ‘시마키친’이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후지사키 메구미(藤崎惠實·34) 점장이 지난달 21일 함께 일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을 소개하고 있다.


 데시마에서 ‘시마키친’이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후지사키 메구미(藤崎惠實·34) 점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고교 졸업 후 섬을 떠나있던 후지사키는 2010년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를 계기로 섬으로 돌아와 낡은 빈집을 리모델링해서 연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후지사키가 운영하는 시마키친은 섬에서 나는 생선, 쌀, 채소만을 사용하고 있다.

 섬에 정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폐교 상태에 놓여있던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지난 4월 재개교하게 됐다는 소식은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일본 지자체들에게 자극을 주기도 했다.

 예술제를 이끌고 있는 NPO법인 관계자는 “가가와현 등 지자체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10억2600만엔(약 102억6000만원)에 예산을 들여 개최한 예술제의 경제효과가 한 해 132억엔(약 13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며 “생각만 바꾼다면 힘을 잃어가는 섬이나 지방도 다시 살려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 것이 예술제의 큰 성과”라고 말했다.

 

 

 

 

쇼도시마를 상징하는 올리브. 쇼도시마는 일본에서 올리브를 가장 먼저 재배한 곳이다.

 

자생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쇼도시마(小豆島)정 시오타 유키오(鹽田幸雄) 정장(町長) 인터뷰

 

 “‘영원히 계속되는 지원’이라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가 없습니다. 언젠가는 정부나 지자체가 ‘사다리’를 치울 겁니다. 그 사다리가 없어져도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키우는 수 밖에 없는거죠.”

 

시오타 유키오(鹽田幸雄) 정장(町長)


 쇼도시마(小豆島)정의 살림을 이끌고 있는 시오타 유키오(鹽田幸雄) 정장(町長)의 의지는 결연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쇼도시마정 사무실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섬이 지금 당장의 연명에 연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일본 노동후생성의 공무원 출신인 그는 4년전 “고향을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하고 싶다”는 뜻을 가지고 고향인 쇼도시마로 내려왔다. 그 해 섬의 각종 개혁 플랜을 공약으로 내걸고 정장 선거에 나선 그는 당선과 동시에 쇼도시마 재생프로젝트에 매달렸다.


 섬 사람의 힘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자생력을 갖춘 섬’을 만들기 위해 각종 혁신에 나섰다. “섬의 모든 것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그가 추진한 혁신의 핵심은 젊은이를 늘리는 것이다.

 “쇼도시마의 인구는 매년 250명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고령자가 많기 때문에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젊은 세대를 늘려 인구 감소를 막지 않는다면, 머지 않아 섬은 사람이 살지 않는 땅으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시오타 정장은 외지 사람들에게 섬의 매력을 알려 섬을 떠난 젊은이는 물론 섬과 인연이 없는 외지 젊은이들을 불러들이는데 주력했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쇼도시마 중장기 체험 프로그램’과 ‘섬 생활 체험 투어 프로그램’이다. “섬을 직접 경험해보면 섬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그는 “사람은 섬의 매력만으로는 절대로 살아갈 수가 없다”면서 “살 수 있는 집이 있어야 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일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빈집은행을 운영하고, 지역의 크고작은 기업과 창업을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힘을 쓴 것이 오늘날의 성과를 올리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