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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는 트램이 정답이다. 왜?

히로시마 시내 도로를 사이좋게 달리는 트램, 버스, 택시, 승용차.

이들의 완벽한 하모니 덕분에 혼란이 빚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왜 트램인가?...트램을 타고 생활해보면 그 이유를 안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을 트램(노면전차)으로 건설하는 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트램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왜 도시철도를 트램으로 해야 하는가? 이유는 너무나 많다. 우선 트램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래사회에 딱 맞는 대중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체험담을 드라이하게...)

 

1.2014년 4월부터 2017년 4월까지 3년여동안 일본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트램을 타봤다. 단순히 타본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트램을 타고 생활을 해봤다. 트램은 타보면 안다. 왜 트램이 정답인지, 왜 도시철도를 트램으로 해야 하는지...

 

트램과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이 사고를 내거나 뒤섞여

체증을 빚는 일은 거의 없다

 

2.2016년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때 2박3일 동안 히로시마에서 취재활동을 하면서 ‘트램의 힘’을 알았고, ‘트램의 매력’에 푹 빠졌다. (물론 그 이전과 그 이후에도 여러차례 히로시마의 트램을 경험하면서 그 마력에 빠진 바 있다.)

 

3.취재장비와 짐을 가득 넣은 가방을 들고 JR히로시마(廣島)역을 빠져나왔을 때 역광장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히로덴(廣電)’이었다. 히로덴은 ‘히로시마전철’의 줄임말이다. 히로시마 도심과 외곽을 실핏줄처럼 연결해주는 노면전차, 다시 말하면 트램이다.

트램이 교차하고 그 양옆으로 택시와 승용차와 버스가 달린다.

 

 

4.히로시마는 인구 119만명의 대도시로 일본 주코쿠(中國) 지역의 거점이다. 현재 7개 노선에 부설돼 있는 트램의 총거리는 35.1km이다. 히로시마 트램의 연간 수송인원은 약 5500만명으로 수송인원과 노선 길이 일본 최대·최장이다.(인구 규모나 앞으로 건설할 트램의 규모가 대전의 그것과 비슷하다)

 

5.신칸센(新幹線, 고속철도)에서 내려 트램의 시발역인 히로시마에키마에(廣島驛前)역까지 가는 길은 너무 편했다. 철도역과 트램 역이 아주 가까운데다 계단을 오르내릴 필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트램역은 JR히로시마역 앞 평지에 위치해 있었다. 지친 여행객들에게는 더없이 편한 환승서비스를 제공했다. JR히로시마역에서 일반 열차나 신칸센에서 내린 사람들이 연신 히로덴으로 몰려들었다.

코너를 부드럽게 도는 트램. 트램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버스와 승용차.

 

6. 당시 히로시마에키마에역에서 1일 이용권을 샀다. 시내 노선을 하루 종일 탈 수 있는 이 티켓의 가격은 600엔(약 6000원)이었다.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 교통기관의 요금 치고는 파격적인 가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 티켓 한 장이면 세계유산 원폭돔 등이 있는 히로시마 시내는 물론 히로시마항과 세계유산인 미야지마(宮島) 앞까지도 다녀올 수 있다. 여기에다 240엔을 더 내면 미야지마섬에 다녀오는 페리까지 탈 수 있다. 히로시마의 트램은 고속철도, 일반열차, 버스는 물론 페리까지 편리하게 환승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7.히로시마 트램의 요금은 일본에서도 싸기로 유명하다. 시내버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일본 교통기관들이 거리에 따라 요금을 가산해 승객들의 교통비 부담을 키우지만, 히로시마의 트램은 시내 주요 구간을 180엔 단일 요금체계로 운행함으로써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령자를 포함한 승객들이 타고 내리기에 너무나 편리하다.

트램은 '고령화사회'로 특징되는 미래 사회에 딱 맞는 교통수단이다.

 

8.히로시마시내의 7개 노선(운행구간은 9개)을 달리는 트램은 평균 8~12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한 원폭돔 등을 가기 위해 미야지마행 저상형 트램을 탔다.(히로시마는 ‘트램의 전시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전동차가 운행되고 있다) 전동차의 바닥이 승강장과 똑같은 높이였기 때문에 대형 가방을 들고 있는 외지 관광객은 물론 70~80대 노인들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가 있었다.

 

 

 

할머니 두 분이 트램에 오르고 있다.


“트램이 없다면 우리처럼 나이 든 사람들은 생활하기 어려울 겁니다.”
전동차 안에서 만난 고령자들은 한결 같이 ‘트램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트램이 세계 최고의 고령사회인 일본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트램의 내부

 

9. 트램은 예정된 시각에 정확히 출발했다. 역을 출발해서 시내로 접어들 때까지 큰 도로가 교차하고, 신호에도 걸렸지만 목적지인 겐바쿠도무마에(原爆ドーム前)에 도착할 때까지 단 1분도 늦지 않았다. 운행시간에 비교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도중에 시간이 약간 지체돼도 운행 중에 바로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 히로시마 시민의 설명이었다. 한 시민은 트램이 운행지연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 자가용차를 모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걷는 사람 등 모든 시민들이 트램과의 공존을 생각하면서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10.목적지인 겐바쿠도무마에에 도착하기 전 트램은 히로시마의 중심가인 가미야초(紙屋町)를 지나갔다. 특히 가미야초 4거리는 트램과 시내버스, 승용차, 자전거 등이 수시로 교차하면서 분주해 보였다. 얼핏 보면 각종 교통기관이 뒤엉켜 큰 혼란이 벌어질 것 같았지만, 현지 취재를 하는 동안 그런 일은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11.겐바쿠도무마에서 내리자, 눈 앞에 행사장인 겐바쿠도무, 이른바 ‘원폭돔’이 보였다. 트램은 도로 한 가운데에 있는 역에 사람들을 내려주고 떠났다. 트램에서는 많은 사람이 내렸다. 히로시마 시민은 물론 미국 대통령의 첫 히로시마 방문을 취재하기 위해 온 취재진, 외국관광객 등이 쏟아져 나왔지만, 혼란은 없었다. 많은 취재진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형 가방을 들고 있었지만, 누구도 불편해 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았다. 트램에서 한발만 내려오면 지면이었고, 걸어가면 바로 목적지가 나왔기 때문이다.

 

12.왜 트램이어야 하는가? 우선 편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편리함’ 말고도 아주 많다. 앞으로 몇 차례 시리즈를 통해 왜 트램이어야 하는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원폭돔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기 바로 전

일본 미에현 이세시마에 모인 G7 정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