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내에서 시내로 볼일 보러 갈 때는 자동차 타고, 서산에서 군산이나 목포에 갈 때는 해안선으로 자전거 타라는 얘기 아닙니까?. 이런 황당한 자전거 정책이 어디 있습니까?”
“근거리 교통수단인 자전거는 도심의 생활권 중심으로 인프라를 까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국을 연결하는 자전거도로망은 투자대비 효율이 엄청나게 떨어지거든요.”
“주말에 나들이를 떠나는 소수 자전거마니아를 위해 1조원 넘는 예산을 투입하자는 게 말이나 됩니까. 자전거도로는 도시의 생활권에 집중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전문가, 자전거이용자들은 행정안전부가 최근 확정, 발표한 ‘국가자전거도로 기본계획’에 대해 한결같이 ‘앞뒤가 뒤바뀐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국가자전거도로 기획계획’의 핵심은 전국에 하나의 창틀과 같은 ‘국가자전거도로망’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 자전거도로망의 골격은 전국의 해안도로와 휴전선 일대 도로를 모두 잇는 ㅁ자형 ‘전국순환망’이다.
행안부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1조205억원의 국비를 쏟아부어 2175㎞의 자전거도로를 놓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놨다.
행안부는 이 창틀을 격자형 창살처럼 연결하는‘내륙연계망’을 추가로 구성, 전국을 하나의 ‘자전거도로 네트워크’로 엮겠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내륙연계망은 자전거이용자가 늘어나는 등 여건이 성숙되면 추진할 예정이지만, 전국순환망은 계획대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행안부는 지난해 이미 120억원의 국비를 투입, 58.4㎞의 자전거도로를 닦았고 올해는 예산을 524억원으로 대폭 늘려 188㎞의 자전거도로를 추가로 설치하고 있다.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의 이런 ‘국가자전거도로 밀어붙이기’에 대해 “말도 안 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들의 의견은 예산을 도시지역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전거라는 것을 잘 살펴보면 답이 금방 나옵니다. 보통사람들은 자전거를 생활권역 안에서의 근거리 교통수단으로 활용하잖아요. 도시지역의 생활권에 자전거도로를 먼저 깔고 나서 점차 외곽으로 나가는 것이 정답이지요. 해변도로나 휴전선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지금이라도 도시지역의 자전거도로를 확충하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대전시 이승무 건설도로과장)
환경전문가들은 또다른 환경파괴의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정부가 자전거도로를 과거 개발시대에 고속도로나 도로를 깔 때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고 지적한 뒤 “4대강 사업의 자전거도로 건설사업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전국 둘레둘레에 자전거도로를 놓는 과정에서 또다시 엄청난 환경파괴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시지역의 자전거 출퇴근자들은 격앙돼 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이모씨(55·대전 동구 자양동)는 “집에서 직장까지 가는 3㎞구간의 도로도 자전거도로가 제대로 깔려 있지 않아 늘 목숨을 걸고 타는 느낌인 상황에서 이용자가 거의 없는 해안길에 수 조 원을 쏟아붓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도심 도로는 물론 골목길 곳곳을 자전거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국가가 해야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자전거정책과 권순관씨는 “도시 중심의 자전거도로망 구축에 대한 요구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서 2010년 사업은 대구·대전·광주 등 대도시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지만 2019년까지는 전국을 연결하는 전국순환망 구축을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강행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윤희일 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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