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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풍경-포토르포

아름다운 오키나와의 바다를 지키자

 “이 아름다운 헤노코(邊野古) 해안에 미군 비행장을 만드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나왔습니다.”

 

하루도 쉼 없이 진행되는 헤노코이전 반대 시위

 

"무슨 일이 있어도 헤노코를, 오키나와의 바다를 지켜내야 합니다."


 올해로 80세를 맞았다는 유이 아키코(由井晶子)는 ‘헤노코 매립저지’라고 적혀 있는 피켓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는 지난 2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나고(名護)시 헤노코 연안의 미군부대 캠프 슈워브 정문 앞에서 하루 종일 시위를 벌였다.

 

시위현장을 지키는 80세의 유이 아키코(由井晶子,오른쪽)

 

 지역 주민·시민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은 같은 현 기노완(宜野灣)시에 있는 주일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의 이전을 막기 위한 시위를 지난 7월 하순부터 계속하고 있었다.

 

미군부대 정문을 지키는 경비회사 직원과 시위에 나선 시민들의 대치

 

 시위대가 미군부대 정문 앞으로 몰려들자 민간 경비회사 직원들이 이들을 가로막았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부터 이 부대 정문 앞에 경비회사 직원들을 배치하고 있다. 한 시위참가자는 “시위대와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민간인 고용이라는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말했다.

카누를 이용해 해상시위에 나선 주민들. 바다 멀리 보이는 시설이

일본 정부의 굴착조사현장 

 

 같은 날 오전 헤노코 바다 위에서는 10여명의 시위대가 일본 정부의 해저 시추 조사를 저지하려고 현장에 접근하면서 해상보안청 직원들과 충돌이 빚었다. 해상보안청은 이날 카누를 타고 현장에 진입한 시민 1명을 체포했다가 풀어줬다.

 

헤노코 해안을 지켜내기 위한 활동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구호가

미군부대 철책에 붙어있다.

 미군비행장 이전 예정지 중 일부인 헤노코 연안의 백사장에서는 1996년 시작된 반대 시위가 3789일째 계속되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은 이곳을 ‘텐트촌’이라고 부른다. 이 곳은 오키나와 일대의 반대 시위를 지휘하는 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다나카 히로유키(田仲宏之)는 “정부가 비행장 이전의 뜻을 접을 때까지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전 헬기가 추락한 후텐마기지의 오키나와국제대학 구내

 

 같은 날 저녁 현재의 후텐마 기지 바로 옆의 오키나와국제대학에 들렀다. 대학 구내에는 10년 전 발생한 미군헬기 추락 사고 현장이 보존돼 있었다. 한 학생은 “미군 비행장은 오키나와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실시된 나고시 시의회 선거에서는 미군기지의 헤노코 이전을 반대하는 후보들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시위 참가 주민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주민들은 “11월 열리는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서 헤노코 이전을 반대하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우리의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반겼다.

 그러나 에토 아키노리(江渡聰德) 신임 방위상이 후텐마 비행장의 헤노코 이전 방침을 재확인하고 나서는 등 일본 정부가 강경 태세를 좀처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어 ‘오키나와의 긴장’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