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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일본

일본, 대형사고 때 기업도 처벌할 수 있는 ‘조직벌(組織罰)’ 논의  

철도·선박 등의 대중교통이나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기업이나 단체 등 조직까지 형사 책임을 물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벌(組織罰)’의 도입을 위한 논의가 일본에서 시작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형사책임 범위를 대폭 넓혀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일본 JR후쿠치야마선 열차 탈선 사고 희생자 유족들은 개인만을 처벌대상으로 하는 현행 형법을 개정해 지휘·관리 책임이 있는 거대 기업이나 단체 등 조직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연구모임을 지난 3월 결성했다고 28일 도쿄신문이 보도했다. 2005년 4월 일본 효고(兵庫)현에서 발생한 JR후쿠치야마선 탈선 사고로 107명이 숨지고 562명이 다친 바 있다. 
 
유족들이 기업 등의 조직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조직벌’이다. 이들은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책임을 하나하나 따질 수 없는 경영진 등에 대해서는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해당 기업 등 조직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페리 전복·지하철 화재 등 대형 사고가 많았던 영국에서는 2007년 대중교통 사고와 관련된 기업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 도입된 바 있다. 당시 의사결정과 명령계통이 복잡한 거대 기업에서 특정인의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에 법인 자체에 형사적 책임을 물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피해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유족들은 “탈선 사고 이후 철도회사 전직 사장 등이 형법상 과실 치사·상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내려지는 것을 보고 기업 측에라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런 검토에 나섰다”고 도쿄신문을 통해 밝혔다. 이들은 2012년 발생한 야마나시(山梨)현 터널 붕괴사고나 2011년 일어난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 등 다른 대형 사고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