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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일본

다시 ‘대지진'의 일본으로 들어가다.

 지난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 인근 등 지진피해 현장에서 취재를 하고 돌아온 지 4개월만인 7월 13일 다시 일본을 찾았다. 무려 2만명의 희생자를 낸 엄청난 재앙 앞에서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하는 일본 사람들의 모습을 취재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후쿠시마원전 일대를 취재하고 돌아온 뒤 원자력병원에서 실시한 방사능피복검사(DNA검사)의 최종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찜찜했지만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일본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



 “제가 드리는 CD는 일종의 ‘뇌물’입니다. 간사이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달라는….”

 지난 14일 오후 일본 오사카(大阪) 시내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SJ) 회의실. 일본의 대표적인 놀이시설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구내에 있는 이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탤런트 견미리씨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중국·대만·홍콩 등 4개 나라 취재진들에게 자신의 노래가 담긴 CD를 하나씩 나눠준 뒤 ‘간사이(關西) 관광 안전 PR 이벤트’의 무대에 올랐다..  


     일본 오사카 시내 유니버설 스튜디오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는 홍보대사 견미리     
                       

 “지난 3월 일본은 안타까운 일을 겪었습니다. 어려운 일을 당한 일본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

 “대지진 이후 간사이가 (외국 손님을 맞기 위해) 더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간사이에 와보니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견씨는 이날 ‘간사이 관광 안전 PR 추진 사업 실행위원회’의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대장금>, <이산> 등의 드라마에서 명품연기를 선보이며 일본 등 아시아 일대 국가에서 ‘한류스타’로 대접받고 있는 견씨가 무대에 오르자 각국 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됐다.


              '안전한 간사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겠다'며 본격적인 홍보대사 활동에 나선 견리미

 견씨는 “간사이공항에 들어오는데 한 직원이 ‘안녕하세요’라며 친절한 한국말 인사를 건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진심으로 손님을 맞이하려는 마음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대지진 이후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하는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취재하기 위해 한국, 중국, 대만, 홍콩 등에서 몰려온 취재진들


 오사카·교토(京都)·고베(神戶)·사카이(堺) 등 일본 간사이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한국 등 외국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대적인 공동마케팅에 나섰다.

 공동마케팅의 첫 프로젝트로 일본 측은 홍보대사 견씨를 통해 아시아지역 관광객들에게 간사이의 안전을 알리는 작업을 선택했다.

 현지에서는 한국·중국·대만·홍콩 등 4개 나라를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인데도, ‘한국인 연예인’인 견씨 1명만을 홍보대사로 임명한 것은 우리 문화콘텐츠의 파워, 다시 말하면 ‘한류의 힘’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저녁 식사 시간, 모든 사람의 관심이 한류스타 견미리 쪽으로 쏠렸다. 

 ‘견미리’라는 이름만으로 한국은 물론 중국·대만·홍콩에서도 홍보활동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견미리씨의 명성은 국내보다 일본 등 국외에서 오히려 더 크다는 느낌이 들었다.

 견미리씨가 간사이지역의 명사들과 언론인 등이 함께 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그녀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하나로 모았다.

 일본의 많은 명사들이 견씨와 이야기를 하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그의 곁으로 몰려들곤 했다.

 간사이 지역 자치단체들이 ‘견미리 카드’를 꺼내 들고 마케팅에 나선 배경에는 대지진 이후 드리워지고 있는 거대한 그늘이 도사리고 있다.

 대지진 이후 일본을 찾는 외국 관광객의 수는 지난 4월 60%까지 줄어들었다. 최근 40% 대로 감소 폭이 좁아지기는 했지만, 관광산업은 큰 위기에 처해 있다.

 간사이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대지진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발생지역과는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외국에서는 일본 전체를 위험 지역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진 이후 위기를 맞고 있는 간사이 일대의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간사이는 안전하다’는 주제의 PR 이벤트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이벤트에는 일본 정부 관계자까지 참석, 힘을 실어줬다. 

 일본 관광청의 야마다나오요시(山田尙義) 심의관은 “간사이 지역은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의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와는 무려 580㎞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사카 등 간사이 지역의 방사선 수치는 외국의 다른 도시보다도 낮으며 식료품 등에 대한 피해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간사이지역 4개 지자체와 이 일대 관광업계 등은 대지진 이후 한국·중국·대만·홍콩 등 각국이 보내준 따스한 응원의 메시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간사이, 감사합니다’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9월 30일까지 전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사카시의 하나다기미에(花田公繪) 관광실장은 “캠페인 참가 업소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이 여권을 보여줄 경우 할인혜택과 선물증정 등 다양한 특전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일본 문화의 정수가 몰려있는 간사이 지역을 많이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지자체들은 이날 간사이 일대의 공기·물·식료품 등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오사카시 수도국이 제조해 페트병에 담은 수돗물을 참석자들과 함께 나눠 마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