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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차

스위스로 변한 시골마을 '간이역'....초대박

 

  O트레인(중부내륙순환열차, 철암~태백~영월~제천~단양~영주~분천 구간)과 V트레인(백두대간협곡열차, 분선~양원~승부~철암 구간)으로 중부내륙관광에 나서는 것이 요즘 기차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일요일인 지난 23일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분천역. 시골 마을의 작은 간이역인 이 역에서 무려 808명의 관광객들이 기차를 타고 내렸다. 덕분에 역 주변은 물론 인근 관광지 등은 하루종일 관광객들로 붐볐다. 이 역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하루 이용자는 10여명에 불과했다. 강원 태백시 철암동 철암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역시 하루 이용자가 10여명에 그치던 이 역의 이날 하루 이용자 수는 855명에 이르렀다.


 시골 마을의 작은 역들이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게 된 것은 순전히 O트레인(중부내륙순환열차, 철암~태백~영월~제천~단양~영주~분천 구간)과 V트레인(백두대간협곡열차, 분선~양원~승부~철암 구간) 등 2개 열차로 구성된 ‘중부내륙관광열차’ 덕분이다.

 코레일은 지난 3월 15일 중부내륙관광열차가 개통된 이후 지금까지 7만여명의 관광객이 O트레인과 V트레인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코레일 관광벨트개발운영사업단 김태형 단장은 “지난 4월 12일 유료관광객을 태우기 시작한 이후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용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연일 매진 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O트레인과 V트레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동안 석탄·목재 등 관련 산업의 쇠퇴로 생기를 잃어가던 중부내륙지역이 새로운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O트레인을 타고 온 승객들이 V트레인으로 갈아타는 환승역인 분천역의 경우 불과 100일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역 인근 주민들은 연일 밀려드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먹거리장터’와 ‘트레킹안내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코레일은 이 역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 5월 23일 스위스의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을 맺은 뒤 역사를 아예 스위스풍으로 개조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 덕분에 수십 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던 분천역 인근 땅값은 최근 10배 가까이 치솟고 있지만 매물이 없는 상황이다.

 O트레인과 V트레인의 환승역인 철암역 인근에는 태백의 탄광산업을 관광자원화하기 위한 ‘탄광문화철암마을기업’이 생겨났고, 그동안 발길이 거의 끊겨있던 석항역(강원 영월)에는 폐객차를 이용한 기차체험장과 펜션이 생겨났다.

 중부내륙관광열차가 생긴 이후 제천역이 있는 제천시는 중부내륙관광의 관문으로 완전히 자리를 굳혀 가고 있다. 제천시는 O트레인 관광객의 30% 정도가 기차에서 내려 제천 관광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청풍문화재단지·관광모노레일 등을 들러보는 시티투어버스를 하루 2차례 운행하기 시작했다. 인삼과 유교의 고장인 경북 풍기의 경우 풍기역과 소수서원·선비촌 등을 연계한 관광 상품이 6월 한 달 동안 모두 매진 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철암역과 분천역은 30분 단위로 차를 빌려 인근 관광지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카 셰어링(Car Sharing, 차 공유) 서비스’를 선 보이면서 새로운 관광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팽정광 코레일 사장 직무대행은 “현재 예약자만 2만 명이 밀려 있을 정도로 중부내륙관광열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강원 남부, 충북 북부, 경북 북부로 이어지는 중부내륙의 관광지형과 지역경제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