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특파원칼럼

일본 자민당은 '1인독재' 정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이 지난 3월 외무성 인터넷 홈페이지에 있는 한국 소개 코너에서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삭제한 바 있다.

 

 당시 일본 정부 안에서는 “한국 사법과 한국 사회에 대한 불신이 (그 배경에)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일본 측이 말하는 ‘한국 사법’은 박근혜 대통령 관련 기사로 한국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문제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일본은 그동안 언론의 정당한 보도행위에 대해 사법적 잣대를 대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일본 측이 이를 계기로 ‘언론자유를 탄압하는 한국과는 민주주의라는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나는 ‘언론자유’ 부분에 대한 일본 측의 생각에 부분적으로는 공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아베 정권 안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서 나는 거꾸로 ‘아베 정권은 도대체 민주주의라는 기본적 가치에 대해 알고는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집권 자민당의 총재 선거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나에게 하나의 충격이었다.

 선거전은 처음부터 ‘아베 1강’이었다. 현 총재인 아베 총리와 대적하겠다는 유력 인사가 나오지 않았다. 3년전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아베 총리를 누른 바 있는 최대 경쟁자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지방창생담당상도 아베의 기세에 눌려 바짝 엎드리고 있었다.

 자칫하면 선거를 치를 수 없는 ‘위기상황’이었다.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들이면서 정상적인 논의와 의사소통을 거치는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이라면 당연히 선거를 통해 당의 대표를 뽑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으로 흘렀다.

 이런 상황에서 ‘여걸’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총무회장이 출마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자신의 출마를 ‘의(義)’라고 표현하면서 출마 의욕을 불태웠다. 그의 출마선언은 ‘1인독재’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게 된 자민당에서 보면 어쩌면 반가운 일인지 모른다. 당의 위기를 구하기 위한 행위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 진영은 노다의 출마선언을 오히려 ‘위기’로 봤다. 아베 총리 진영은 노다 전 총무상의 출마선언을 정권이 가는 길에 돌출적으로 생겨난 ‘방해물’ 정도로 여겼다. 아베 총리 측은 노다 전 총무상이 출마해 경선을 하게 된다면 당면 과제인 안보법안 처리에 집중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면서 노다 전 총무상이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집중했다.

 

 아베 총리 진영은 노다의 추천인이 돼 주겠다는 움직임을 보인 자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온갖 회유 공작을 펼쳤고, 결국 노다는 추천인 20명 확보에 실패해  출마하지 못했다. 후보 마감일인 지난 8일 아베 총리는 지지자들과 함께 만세를 불렀다.

 

 총재 선거에 나서겠다는 여성의원을 힘으로 눌러 주저앉히고 자신의 임기를 3년 더 연장한 아베 총리의 만세 장면을 보면서 나는 이 정권이 주장해온 ‘민주주의 등의 기본적인 가치’는 다 어디로 간 것이냐고 따지고 싶어졌다.

 일본 국민들은 자주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등으로 이어진 1인 지배 체제와 중국의 공산당에 의한 일당 지배 체제를 비판하곤 한다.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그 국민들은 일본의 이런 비판에 당연히 공감할 것이다.

 자민당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치로 내세운 일본의 집권당이다. 일본의 현대사는 사실 이 자민당이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대표 정당인 자민당이 경쟁 후보를 억지로 주저 앉히고 특정 인사를 무투표로 총재에 앉히는 모습을 보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물론 자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해봤는지, 아베 정권에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