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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IN TOKYO

2015.01.29 일본 사회의 자기책임론, 그 정체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인질 사건이 일본 열도를 연일 흔들었다.

 

 인질 중 1명인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42)가 지난달 24일 살해된 데 이어 지난 1일 고토 겐지(後藤健二·47·프리 저널리스트)가 참수됐다는 내용의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일본 국민들 사이에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번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인질 가족을 포함한 다수의 일본인들은 정부의 대응을 묵묵히 지켜봤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유카와가 살해된 뒤 일본의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런 성숙한 모습은 도대체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상당수 네티즌은 ‘자기책임론’을 들먹였다. ‘위험한 것을 알고도 현장에 갔다가 사고를 당한 만큼 자업자득’이라는 것이 주된 논리이다. 여기에 ‘거액의 나랏돈을 쓰면서 그런 사람들을 구출해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국가에는 자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당연한 책무가 있는데도 이를 다할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특히 ‘민간군사회사(PMC) 대표’로 알려져 있는 유카와에 초점을 맞춘 비난은 너무나 험악하고 저속해 지면에 옮기기 어려울 정도다.

 

 ‘신상털기’는 기본이고, 개인적인 사정이나 과거의 행적, 신체적 특징에 대한 악소문 등이 여과없이 퍼져나갔다.

 

 어떤 네티즌은 그의 죽음을 접한 뒤 “안녕, 네 책임이야”라는 인삿말을 날리기까지 했다. 2004년 이라크에서 발생한 일본인 인질 사건 때도 일본인들 사이에서 자기책임론과 비난이 거세게 일어난 적이 있다.


 겉으로는 성숙해보이는 일본 사회에서 ‘일탈한 국민의 목숨은 버려도 좋다’는 주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전체주의적 사고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라는 한 일본 변호사의 분석을 보면 원인의 일면은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튀는 행동’을 싫어하는 일본 사회가 그런 현상의 배경에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