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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

아빠는 10년 후에 죽기로 했다.

 

 

##요즘 한국의 수 많은 딸들을 엉엉 울리고 있다는 화제의 책을 소개합니다.

 

 

 

미안하구나, 아빠는 오늘 너를 떠난다

 

   

이 책은 십 년 동안 자살을 준비한 한 아빠의 기록이다

그는 십 년 동안 딸에게 편지를 썼다

그리고 어느 날, 딸은 아빠의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결혼 전날 밤, 딸은 아빠에게 편지를 남기려다 아빠의 노트북에 담긴 일기를 보게 된다. 첫 일기는 십 년 전쯤 작성된 것이었다. 첫 문장을 읽자마자 딸은 가슴 한 편이 저려오기 시작한다. 아빠의 일기는 십 년에 걸쳐 쓴 딸에게 보내는 편지였고, 유서였다.

 

 

이 책은 자살을 결심한 한 아빠의 기록이다. 그는 오십대에 자살을 결심하고 나서 십 년에 걸쳐 준비를 했다.”(에필로그) 자살을 준비하는 십 년 동안, 아빠는 딸과의 행복했던 시간을, 어른이 된 딸과 멀어지는 과정을, 아내가 세상을 떠난 이후의 삶을, 살아가며 벽에 부딪치고 넘어졌던 순간을 편지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는 가족 때문에 살았고, 가족 때문에 행복했다. 그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딸이 결혼하는 장면만 봐도 눈물을 짓는 아빠다. 그리고 어린 시절 딸의 똥 냄새가 여전히 그리운 아빠다. 딸이 자라면서 자신의 방으로 가버렸을 때 서운함을 느끼고, 딸이 대학에 들어가 멀리 떨어지니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룬다. 딸이 받은 첫 월급으로 선물한 전기면도기를 아까워 쓰지도 못하고, 딸의 남자친구를 소개받던 날 떨려서 말 한 마디 못한다. 마치 우리의 아빠처럼, 이 땅의 모든 아빠들처럼 이 책의 아빠도 한 해 한 해 늙어간다.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빠들의 모습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아빠들의 외로움이 담겨 있다. 직장을 잡고 가족을 이루고 한 집안의 가장으로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아빠들. 그러나 서서히 삶의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아빠들. 이 책은 십 년 동안 자살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던 한 아빠가 이제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연인을 만나고, 가정을 꾸려갈 딸에게 들려주는 아빠의 삶이며, 한 세대의 인생이다.

    

 

너를 키우면서 언제가 가장 행복했을까? 수많은 순간들이 너로 인해 행복으로 채워졌다. 가장 행복한 순간을 고르는 것이 힘들 정도로 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내게 주었단다. _33

 

   

 

나에게는 아직 아빠가 필요해

    

 

그러니 부탁이 있어. 언젠가 생길 내 아이의 할아버지가 되어줘. 나에게 했던 것처럼 근사한 길을 아이에게 보여줘. 버스가 지나가면 버스라는 말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비행기가 지나가면 나에게 했던 것처럼 아이를 번쩍 들어 목말을 태워줘. 그리고 나의 아이가 사랑이 무엇인지 알도록 아빠가 가르쳐줘. 나에게는 아직 아빠가 필요해. _220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의 작가 윤희일은 24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다. 작가는 취재를 하는 동안 수많은 자살과 마주쳤다. “자살한 사람이 남긴 유서도 읽어봤고, 휴대전화에 남긴 메시지도 살펴봤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유서나 메시지에, ‘살아남아 있는 사람에 대한 복수심을 담아놓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남아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담는다.”

 

“14160. 2012년 한 해 동안 자살로 숨진 사람의 수이다.” “하루 평균 38.8명의 국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시간과 장소를 택하고 마지막으로 남길 단어를 고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50대 남성들의 자살률도 급증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 남성 가운데 자살에 대한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들경제적인 어려움(44.9퍼센트)” “지병(11.3퍼센트)” “외로움(11퍼센트)” 등을 이유로 자살을 생각한다. 그들이 결국 자살을 감행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얼마나 두렵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이 울었을까?”

 

 

자살하는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 “그 모든 기록, 그 모든 단어는 읽는 사람을 아프게 한다. 쓰는 사람의 아픔을 짐작하기에, 읽는 사람의 마음이 더 찢어지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자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한 아빠와 딸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빌려 지금 당장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의 아빠는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딸에게 힘이 되는 것을 알지 못했다. “자신이 겪고 있는 많은 고통을 애써 숨긴 채 사람들을 설득하고자 했다. “십 년간, 지독한 사랑과 독기로 키워온 그의 결심은 딸의 한마디 말 덕분에 녹아 없어졌다.” “저에게는 여전히 아빠가 필요해요.” 작가는 지금도 자살을 생각하고 있을 이 땅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있다. “당신은 그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에필로그)

 

 

 

 

14160, 하루 평균 38.8명의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시간과 장소를 택하고 마지막으로 남길 단어를 고르고 있다.

 

 

언제나 곁에 있었던 아빠, 그러나 서서히 잊혀간 아빠,

어쩌면 이 땅의 모든 아빠들 기록!

 

 

본문에서

 

나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게 하나 있어.

그건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딸을 시집보내는 장면이다.

시집을 가게 된 딸이 결혼식 전날이나 당일 아침에 아빠에게 절을 하거나, 가볍게 포옹을 하면서 엄마 아빠, 그동안 감사했어요하고 말을 하는 장면, 그 장면이 특히 내 마음을 울리고는 한단다.

딸의 얼굴과 눈을 정면으로 보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는 드라마 속의 아빠를 볼 때, 아빠는 주첵없게 눈시울을 붉혔지. _48

 

 

아빠는 그날 너와 함께 여행을 하기 위해 많은 것을 계획했다.

아빠, 엄마와 늘 같은 공간을 쓰던 네가 언젠가부터 너만의 공간을 만들고 있더구나.

처음에는 아빠와 엄마 사이의 공간을 차지하던 네가, 어느 순간부터는 아빠, 엄마 침대 바로 옆으로 가더니, 끝내 너만의 공간인 네 방으로 가버리더구나.

이 아이가 더 크면 어렵더구나.’

그래서 떠나기로 한 거란다. _62

 

 

딸아, 삶이 가끔 그렇더라.

어쩌다가 실직이 되고, 어쩌다가 이별을 하고, 어쩌다가 그렇게 살아가고……. _95

 

 

그래, 그 추운 시절, 아빠는 네 엄마의 힘으로 살았다. 네 엄마는 단 한 번도 아빠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았고, 단 한 번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

지금, 네 엄마가 나에게 베푼 사랑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구나.

그 엄마가 내 곁에 없다, 지금은. _115

 

 

아빠와 엄마는 늘 공간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우리보다 넓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을 만나면 늘 기가 죽고는 했어.

이 집은 네 엄마와 너와 아빠의 숨결이 있는 곳이다.

아빠와 엄마 인생의 결정이다.

이 아파트가 아빠의 유일한 유산이란다.

네가 그와 함께, 저 거친 정글에서 싸우고 돌아왔을 때 작은 따스함이라도 만들어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만을 바란다. 엄마와 아빠대신.

엄마 대신 네가 받아주렴. _139

 

 

네 남자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다.

현관에 그가 들어설 때부터 나는 굳었다.

몸의 모든 기관이 얼어붙은 것 같았고, 시선이 자유롭지 못했다.

아빠, 오늘 저녁에 같이 집으로 올게. 아빠에게 정식으로 인사시키고 싶어.”

그 말을 들은 날, 나는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시나?”

화장실에 가서 혼자서 이런저런 인사말을 연습하기도 했다. _161

 

 

제 딸아이는 얼마 전 가정을 이루며 제 곁을 떠났습니다.

이제 저에게는 아무런 숙제도 없습니다.

스스로 떠날 날을 알아 떠날 뿐입니다.

제 인생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돼 행복할 뿐입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_212

 

 

나는 오늘 삼십 년 동안 나를 키워준 아빠 곁을 떠나.

그러나 나는 하나도 두렵지 않아.

아빠의 그 든든함을 믿고 있으니까.

벚꽃 길을 아빠 손을 잡고 걸었던 것처럼

오늘도 아빠 손을 잡고 이 길을 걸을 테니까.

오늘 식장에서 아빠 손을 잡고 입장할 때,

나는 곧장 앞만 보고 걸을 거야.

아빠는 내 발밑을 보며 걸어줘.

내가 긴 치맛단을 밟거나

높은 굽을 신은 발을 삐끗하지 않도록,

내가 넘어지지 않도록, 오로지 내 발밑만 봐줘.

언제나 내 앞에서 보였던 모습 그대로 걸어줘.

그럼 나는 넘어지지 않고 열심히 살아갈게.

그러니 부탁이 있어.

언젠가 생길 내 아이의 할아버지가 되어줘.

나에게 했던 것처럼 근사한 길을 아이에게 보여줘.

버스가 지나가면 버스라는 말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비행기가 지나가면 나에게 했던 것처럼

아이를 번쩍 들어 목말을 태어줘.

나에게는 아직 아빠가 필요해. _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