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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IN TOKYO

시집가는 일본 왕족에서 '10억원'

 

 

 

일본 국민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한 노리코(典子)

 

 지난 5일 일본의 방송들은 ‘왕족’ 신분에서 ‘평민’이 된 한 여성의 결혼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이튿날 발간된 일본 신문들 역시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이 소식을 크게 실었다. ‘왕이 없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낯선 장면이었다.


 주인공은 일본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사촌인 고(故) 다카마도노미야 노리히토(高円宮憲仁)의 둘째 딸 노리코(典子·26)였다. 노리코는 이날 일본의 수많은 신사 가운데에서도 유서가 깊은 이즈모타이샤(出雲大社)의 신관(인간과 신의 사이에서 신의 뜻을 살피거나 중재의 역할을 담당하는 일을 맡는 사람) 센게 구니마로(千家くにまろ·41)와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이즈모타이샤에서 전통 풍속에 따라 양쪽 가족 등 21명의 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간소하게 열렸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이날 결혼식은 그 어떤 결혼식보다 성대하게 느껴졌다.

 

 

일본 국민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한 신랑 센게 구니마로와 신부 노리코

 

 이즈모타이샤에 모인 2200명의 주민과 방문객 뿐 아니라 일본 국민들은 노리코의 결혼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TV방송을 통해 결혼식을 지켜본 60대 여성은 “노리코님께서 꼭 행복하게 사시길 기원한다”고 ‘극존칭’을 써서 축하의 말을 보내기도 했다.


 2005년 아키히토 일왕의 장녀인 구로다 사야코(黑田淸子) 공주가 결혼한 이후 9년 만에 열린 왕족의 결혼식은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낳고 있다.

 

 우선 노리코는 일본 왕실의 전범(典範)에 따라 결혼과 함께 왕실의 신분을 잃게 된다고 한다. 왕족에서 평민이 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사극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이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결혼하는 노리코 부부에게 1억675만엔(약 10억675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국민의 세금인 정부 예산을 쓰는 것이지만 일본 국민 중 항의를 하거나 이의를 다는 사람을 볼 수가 없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2시간30분이면 올 수 있는 가까운 일본이지만, 우리와 다른 것이 참 많다.